엑스박스의 기묘한 줄타기: PS5를 점령 중인 ‘헤일로’와 고전 명작을 향한 80만 번의 외침

2025년 게임계를 가장 크게 뒤흔든 소식을 꼽으라면 단연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Halo: Campaign Evolved)’의 PS5 출시일 거다. 마이크로소프트 콘솔과 PC의 전유물이었던 엑스박스의 상징적인 마스코트가 적진으로 넘어간 셈이니까. 이 파격적인 행보가 엑스박스의 거대한 플랫폼 전략 전환을 시사하는 듯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꽤 복잡하게 굴러가고 있다. 작년에 기어스 오브 워의 두 번째 리마스터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최신작 ‘기어스 오브 워: E-Day’는 소니 콘솔을 건너뛰고 엑스박스 독점을 굳건히 유지했다. 이런 종잡을 수 없는 독점작 정책 속에서, 현재 PS5 버전 헤일로의 사전 예약 지표는 심상치 않은 열기를 뿜어내며 더 많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적진에서 써 내려가는 마스터 치프의 흥행 기록

푸시 스퀘어(Push Square)가 짚어냈듯,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의 사전 예약 추이는 무서울 정도다. 정확한 판매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영국 스토어에서는 이미 스탠다드 에디션이 사전 예약 판매 1위를 질주하고 있고 프리미엄 패키지 역시 탑 5 안에 안착하며 마스터 치프의 저력을 과시 중이다. 미국에서는 아직 그 정도의 폭발력은 아니어도 프리미엄 에디션이 무난하게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언리얼 엔진 5로 빚어낸 이 리메이크작은 유럽 본토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고가의 에디션이 디지털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독일에서는 스탠다드 에디션이 왕좌를 꿰찼다. 지역별로 마스터 치프의 귀환을 소비하는 형태에 약간의 온도차는 존재하지만, PS5에서의 거대한 성공이 엑스박스의 그 혼란스러운 독점작 정책을 다시 고민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뚜렷한 흐름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재미있는 건, 헤일로가 엑스박스 브랜드를 대표하는 뼈대 깊은 IP임에도 현재 마케팅 캠페인은 대놓고 PS5 쪽을 편애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포르자 호라이즌 5나 씨 오브 시브즈 같은 전례를 통해 소니 플랫폼 유저들이 엑스박스 IP에 꽤 큰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여기에 게임의 완성도까지 뒷받침되는 분위기다. 유로게이머의 돔 페피아트(Dom Peppiatt)는 당초 이 리메이크의 핸즈온 데모를 플레이하기 전까지만 해도 꽤나 회의적이었지만, 막상 패드를 내려놓은 뒤에는 “이후 출시된 6개 타이틀의 장점만을 쏙쏙 골라내 첫 번째 게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며 완전히 매료된 모습을 보였다.

과거를 붙잡으려는 엑스박스 생태계 내부의 절규

이렇게 엑스박스의 현재와 미래가 타 플랫폼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엑스박스 생태계 내부에서는 브랜드의 ‘과거’를 지켜내기 위한 코어 유저들의 절박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엑스박스 하위 호환 및 게임 보존을 요구하는 유저 투표가 무려 75만 표(정확히는 80만 표에 육박한다)를 돌파한 것이다.

이 엄청난 수치가 모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주. 눈여겨볼 점은 778,683표라는 압도적인 투표수가 불과 83,112명의 열성적인 유저들로부터 나왔다는 거다.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사이트를 방문해 중복 투표를 던지며 어떻게든 여론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유저들이 간절히 부활을 외치고 있는 카테고리별 상위 10개 게임의 면면을 살펴보면 팬덤의 뚜렷한 취향이 엿보인다.

  • 오리지널 엑스박스 (Original Xbox): 지난 5월 초의 목록과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크래쉬 트윈새니티’가 밀려나고 그 자리를 ‘섀도우 더 헤지혹’이 새롭게 꿰찼다. 심슨 가족: 히트 앤 런, 소닉 히어로즈, 젯 셋 라디오 퓨처, 니드 포 스피드: 언더그라운드 2, 데프 잼: 파이트 포 뉴욕, 소닉 라이더즈, 스파이더맨 2, 얼티밋 스파이더맨, 번아웃 3: 테이크다운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엑스박스 360 (Xbox 360): 이곳은 그야말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5월까지만 해도 트랜스포머 타이틀이 차트를 지배했지만, 지금은 스카이랜더스(Skylanders) 시리즈의 독무대다. 스파이로의 모험, 자이언츠, 스왑 포스, 트랩 팀, 슈퍼차저, 이매지네이터까지 시리즈 전체가 차트를 장악했다. 트랜스포머: 워 포 사이버트론, 트랜스포머: 폴 오브 사이버트론, 스파이더맨: 섀터드 디멘션즈, 니드 포 스피드: 모스트 원티드(2005)가 그 뒤를 잇고 있다.

  • 비-프랜차이즈 (Non-Franchise):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속하진 않지만 매니아들의 지지가 두터운 부문이다. 25 투 라이프(25 to Life)가 탈락하고 ‘롤리팝 체인소’가 새롭게 진입했다. 알파 프로토콜, 웻(Wet), 이터널 소나타, 건(Gun), 브루트 포스, 사보추어, 싱귤래리티, 다크워치, 리멤버 미가 이름을 올렸다.

  • 단종된 게임 (Delisted): 라이선스 문제 등으로 스토어에서 내려가 재등록이 시급한 게임들이다. 레프트 4 데드 2, 레프트 4 데드, 배트맨: 아캄 오리진, 소닉 CD, 모탈 컴뱃, 오렌지 박스, 포르자 호라이즌, 소닉 & 너클즈, 젯 셋 라디오, 레고: 반지의 제왕 등 이름만 들어도 아쉬움을 자아내는 명작들이 줄을 서 있다.

물론 이 투표 목록에 있는 게임들이 엑스박스 하위 호환 카탈로그에 당장 추가되거나 스토어에 복귀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팀 엑스박스 내부에서 이 리스트의 존재와 열성적인 유저들의 열망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얼마 전 엑스박스가 2026년 후반기를 목표로 하위 호환 및 게임 보존과 관련된 모종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떡밥을 던지긴 했지만, 최근 열린 엑스박스 게임 쇼케이스에서는 관련 언급이 쏙 빠져버렸다.

한쪽에서는 자사의 가장 위대한 유산을 라이벌 콘솔에 진열해 역대급 상업적 흥행을 맛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생태계를 지켜온 코어 팬덤이 고전 명작을 살려내라며 수십만 번의 클릭을 이어가고 있다. 엑스박스가 서 있는 이 기묘한 전략적 교차로의 끝이 과연 어디로 향할지, 다가올 소식들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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